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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초라함에 대하여



글 쓰기를 피해 그림으로 가보았다. 문예창작과 수업을 6개 신청했다가 4개를 빼고 그 자리를 그림 수업으로 채웠다. 여전히 어렵다. 뭐가? 나를 표현하는 것이.

글이 어렵고 그림이 어려운 게 아니었다. 내가 어렵다. 나를 쓰는 일이, 나를 그리는 일이 어렵다. 왜? 초라해서. 보잘것 없어서.

나를 쓰고 그리려 하면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막아선다. 머뭇거리고 주저하게 하다가 혼잣말을 한다. '지가 뭐라고..'

설거지통에 그릇과 빨래통에 빨래와 방바닥에 먼지가 사라지고 나서야 자격을 얻는다. 시간을 얻어 앉으면 내 앞에 초라함이 앉는다.

손 한번 휘저어서는 갈 생각이 없는 손님이다. 많이 떠나 보냈다고 생각했던 과거와 초라해질 미래까지 벌써 와서 현재 옆에 앉아 있다.

그래. 너를 써야 하는구나. 너를 이제 내가 붙들어야 겠다. 초라함에 대하여. 쓰다보면 알게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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