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때 주번을 같이 하던 친구 하나. 동그랗고 까만 뿔테에 귀여운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난 이기적이야" 자기 반성 보다는 약간 자랑섞인 말투에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나라면 감추고 감출 말을, 들으면 화를 낼 말을 자기에게 하다니 놀라웠다.
맛난 점심을 사주신다는 분이 계셔서 오랫만에 카페에 가 앉았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이 밖으로 나가며 우산을 펴는 모습이 통유리 넘어 보였다. 밖에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말했다. "다행이다. 우리 도착하고 비와서."
일행 중 한 분이 멋쩍은 듯이 허허 웃으셨다. 그 웃음을 들은 내가 나에게 말했다. '너 참 이기적이구나. 지금 밖에 있는 사람은 비를 맞는데 너만 안 맞아서 다행이라구.' 순간의 이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이기적인 사람이다.
남편이 나에게 "자기 몸 엄청 챙긴다" 고 했었다. 처음에는 부인했다. 이기적이라는 말로 들려서. 지금은 인정한다. 나이 들수록 좀 더 그런거 같다. 몸 사린다. 56개월 딸아이가 뛰어와 안아올려달라 했었다. 며칠 했더니 가슴에 통증이 있다. 이젠 그렇게 못해준다. 이기적인 사람이다.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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