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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의 나

발바닥이 뜨겁게


아야어여, 가나다라를 열심히 가르치고 집에 돌아오면 세 아이가 벗어둔 옷들을 모아 지난 번 세탁 때 받아둔 물을 다시 세탁기에 부어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군데군데 청소를 한다.

다 마치고 앉으면 발바닥이 뜨겁다. 부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벌겋다. 가슴이 뜨거운 것보다 머리가 뜨거운 것보다 내게는 더 중요한 의미이다. 생각만 많고 행동은 미미한 나이기에. 생각속에서 모든 걸 시작하고 끝내는 나라서 머리가 터져 나가도 겉으로는 평안한 나이다.

이런 내가 발바닥이 뜨거움을 느끼고 있다. 수학을 50점 이상 받아본 적이 없던 나를 수학 선생님으로 세우셨고 제2외국어였던 불어의 인사말 이외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치게 하신다.

내가 약하여 넘어져 있던 그곳에서 일으키시고 나의 약함을 통해 아이들의 약함을 온전히 느끼게 하신다. 운동장에 들어서면 여기저기서 '선상님'을 외친다. 나를 반겨주는 아이들에게 가기 위해 발바닥 뜨겁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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