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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의 나

안제나


나이가 들어 그런가 이제 누구를 만나 몇년을 세면 십년은 기본으로 넘어간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지만 친숙한 사람. 아이들의 귀를 잡아당기며 혼내는 무서운 선생님이지만 우리에게는 귀한 열매인 사람이다. 더 좋은 자리에 얼마든지 갈 수 있었는데도 우리와 있어준 마음을 나눈 사람이다. 기따와 안제나를 만나도 우리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소소하게 만나지 못했던 시간들의 징검다리를 놓는다.

수업중에 아이들이 웅성대며 창밖을 보라고 손짓한다. 내다보니 안제나가 케리어를 끌고 가고 있다. 지금 가는 길이란다. 꼭 다시 보자고 말하고 싶었는데 목이 메어 손만 흔들었다. 안제나도 손만 흔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우리 다시 만나자 했는데 내 맘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기따는 학교에서 가르치던 때 꿈을 꾸면 눈물이 난다는 말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행복인 지 알까? 안제나를 결혼과 함께 떠나보낼 때 보다 지금이 더 마음이 시리다. 건강하게 잘 지내주기를 그래서 또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너무 못찍어 나만 간직할 사진-사진은 흐리지만 내 마음엔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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