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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지나가버린 꿈


엄마에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었다. 그거 시키려면 100만원도 넘게 들거라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말을 듣고 오신 엄마가 "너무 비싸서 안될거 같다. 나중에 니가 돈 벌어서 배워라" 고 미안해 하셨다.

매일 가던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미술학원이 있었는데 계단위를 몇 번 올려다 본게 다였다. 한번 올라가 물어볼 수도 있었을텐데 그렇게 끝을 냈다. 그 당시 나의 여러 꿈들 처럼 잠시 있다가 사라졌다.

마흔 다섯에 사이버 대학 마지막 학기를 공부하고 있다. 코스대로 끝낸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되지 않았다. 다른 과의 수업을 다 돌아보고 설레는 과목만 듣기로 결정했다.



과제를 하다가 문득 그림이 나의 지나갔던 꿈이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 때와 지금을 계산해 보니 27년이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었을까. 문구점에서 스케치북 하나 4B연필 하나 샀으면 될 일이었는데.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며 다시 생각해도 글을 쓰는 일은 어렵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첫술에 배부름을 원하는 뻔뻔한 인간임을 자백하고 충분히 부끄러워 해야겠다. 다시 찾아와 준 고마운 꿈에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 보겠다는 약속을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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