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하니까 놀러다닌다고 비꼬는 거 같잖아..."
아들이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했다. 거리가 멀어서 남편이 데려다 주어야 했다. 시간이 문제였다. 남편은 시간을 바꿔보라고 했다. 아들은 친구들하고 이미 약속한 시간을 바꾸기 위해 연락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중재한다고 끼어든 나에게 아들은 감정을 쏟아낸다. 속상하다는 말이라 듣고 싶지만 말투를 문제삼으며 의도를 오해하는 아들에게 화가 났다. 꾹 참았다.
아들을 데리고 온 남편이 기분이 좋지 않다. 아들은 나에게 와서 속상한 이야기를 한다. 하지 말았어야 할 중재를 하다가 이번에는 참지 못했다. 심한 말이 나갈 거 같은 입술을 깨물고 남편을 불렀다.
"당신이 화 난거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는데 내가 중간에서 얘기할 수록 문제가 더 커져" 남편은 모순적인 부분이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는 상처받은 내 마음을 말했다. 아들은 나에게 잘못했다며 자책했다.
감정적인 아들과 감정적인 나는 통할 때는 정말 잘 통하는데 감정이 상하면 끝이 안 보이는 느낌이 든다. 남편의 중재로 진정된 아들과 둘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시 자책을 시작하는 아들에게 말했다. 나도 너에게 상처주었고 너도 나에게 상처 주었고 우리 둘다 똑같다. 미안하다. "내가 나빠서 내 잘못으로 모든 게 이렇게 되었어"라는 생각은 너를 멋진 어른으로 만들어 주는 생각은 아니다. 대화를 해나가면서 아들과 다시 말이 통하게 되었다.
남편도 스스로 말을 하고 나서는 훨씬 편해 보였다.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한 신앙의 유산으로 전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들이 자기 눈치를 보느라 힘들다는 말이 자기를 돌아보게 했단다.
다 같이 크느라 아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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