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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이제 좀 컸나봐"
가면 한 참을 나오지 못하고 뭐라도 사볼까 궁리하던 장난감 가게를 나보다 먼저 나가는 아이를 보며 남편에게 말했다.

새벽에 뒤척이다 '나는 그 모두다.' 는 글귀를 만났다. 갑자기 펼쳐졌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가끔 가는 식당 아래층에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가게가 있다. 한 번 가면 오래도록 기웃거리며 흐트러진 장난감을 정리하기도 하고 구경도 하고 작은 자동차를 굴리기도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다.

그 날은 손님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갔는데 아이는 평소처럼 장난감 가게를 들렀다. 남편이 손님과 함께 가고 나랑 둘이 있는데 내 마음이 바빠졌다. 난데없는 재촉은 고집을 불러일으켰다.

"너 이렇게 말 안들으면 엄마 갈꺼야"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 멀리안가고 장난감 가게 문 근처에 서 있었다. 장난감 가게 안에서 나오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오자마자 아이를 안았는데 아이가 내 얼굴을 때렸다. '그래. 니 감정을 표현해야지. 엄마 밉지. 사랑과 함께 미움도 받아들일께.. 근데 너 이럴때 더 혼 안내고 맞아주는 엄마가 된거 다행인거야. 오빠들은 이렇게 못했어' 라며 뿌듯했을 나이다.

"날 버리지마세요."라고 속마음을 터놓는 영상 속 아이를 보며 눈이 부울 때까지 울어놓고는 내 아이에게 바로 그 메세지를 보냈다. 말만 그렇게 하지 정말 가지는 않을거라고 믿고 있던 아이가 가게 안에 내가 없는 걸 발견하고 찾아 나오다가 눈이 마주쳤다. '지금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엄마가 나를 버리고 갔어.' 정확히 그 얼굴이었다.

예민하고 똑똑한 아이는 이제 장난감 가게에서 나보다 먼저 나가기로 한 것이다. 버림 받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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