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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구정물도 햇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막내를 남편에게 맡기고 이 게임만 끝나면 같이 가자는 첫째를 뒤로 하고 둘째랑만 산책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 저만치 앞서가는 아이의 등을 바라보는데 옆으로 흐르는 개울이 반짝인다.


그냥 흙탕물이 아니고 쓰레기를 품고 흐르는 악취도 더해진 구정물이 햇빛을 만나 반짝반짝 빛난다. 엄마한테 돌아온 둘째에게 "구정물도 반짝이네" 하니까 "햇빛때문이지" 하고 다시 앞서 간다.

그래.햇빛 때문이지.햇빛을 만나면 구정물도 반짝이지. 아니 어떤 물이든 호수이든 바다이든 유리컵에 담긴 물이든 햇빛을 만나면 반짝이지. 중요한 건 물이 아니라 햇빛이지.

구정물의 반짝임이 그 어떤 반짝임보다  아련히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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