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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구구구


열번 째 이사한 이집의 최대 난제는 비둘기이다. 제대로 마감되지 않은 연통을 통해 집안으로 비둘기가 날아들어 혼자 나가지 못하고 집안을 날아다니다 부엌 창문아래 설거지 해 둔 그릇위에 깃털과 똥을 내려두었다.

머리 위로 날아든 비둘기에 놀라 과호흡까지 온 큰애 손을 잡아 끌고 놀고 있던 막내를 들쳐안고 방으로 피해 비둘기는 열지도 못할 문을 잠갔다. 자기도 놀란 비둘기는 남편이 올 때까지 탈출을 위한 절박함으로 온 집을 날어다녔다.


저 아이들은 아닐 수도 있지만...


가끔 널어놓은 빨래에도 똥을 싸고 베란다에도 똥을 남겨두는 비둘기들. 창문밖에서 날아오르는 비둘기를 매일 마주치면서도  그들의 날개짓에 일말의 경외심을 느끼지 않는 나는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것 같다.



To. 구구구

오늘도 창문 아래서 조용히 잠을 청하는 아이들아. 나는 너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데도 너희는 여기가 좋은가 보구나. 나는 정말 너희를 쫓아내고 싶었지만 새를 정답게 바라보는 글로 인해 더 이상 그 생각은 안하려 한다. 잘자렴.

p.s 글쓴이에게 감사하는 거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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