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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기계가 무섭지 않다.



아빠 공장은 기계돌아가는 소리로 가득하다. 불러도 들리지 않기에 전화벨소리나 초인종 소리는 최대한 크게 설정되어 있다. 기계가까이 가지 말라며 어릴때부터 들은 사고 이야기를 빼더라도 공장에 들어갈때마다 귀는 놀란다.

얼마전의 나였다면 감당할 수 없었을 말을 들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잠을 잘 수 없고 위장병이 도질 그런 말이었다. 그러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뭐지? 나 왜 괜찮은 거지?

일기를 적어두고 바라보았다. 말도 안되는 오해를 받았는데, 이제까지의 나를 부정당하는 것이었는데, 신뢰라는게 애초에 없었다는 거 밖에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는일인데도 괜찮다.

남편은 "그게 그 말이 아니잖아"한다. 말이 내 귀에 들리는 게 다가 아니라면서 그 말이 그 뜻이 아니란다. 저 말은 "말꼬리 잡기 시작하네" 로 주로 시작된다. 그렇게 말해놓고 그 말이 그 말이 아니라는 말에 나는 입을 닫았었다.

그렇게 듣기 싫던 말이 해답의 실마리가 되어주었다. '그 말'은 기계가 내는 소리이다.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이나 전하고 싶은 마음이 담긴 '말'이 아니라 버튼이 눌려줘서 나온 소리다. 입력된 프로그램 데로 돌아가던 기계가 늘 내던 소리를 내는 것이다.

'버림받음' 버튼이 눌려지지 않은 나에게서 나오는 다른 소리가 낯설다. 늘 보던 풍경에서 다른 것이 보이고 다른 것이 들리니 새롭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그렇게 무섭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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