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려 깊은 수다

100점


"당신의 인생은 100점입니다. 이미 2천년 전부터 그렇게 매겨졌습니다. 당신이 걱정하고 낙심할 때도 아프고 약할 때도 당신은 100점입니다."

모임 후에 사이버 대학 기말고사 두 과목을 보아야했다. 시험 전에 100점을 받고 보니 한시름 놓아지는 마음을 보며 알았다. 많이 불안했구나. 몇 주 전 부터 잠도 못자고 배도 아프던 게 시험 때문이었다구?  시험?

그랬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험 때문이 아니라 100점 때문이었다. 학교 다닐 때 100점을 받아본 적이 (내 기억에는)없다. 그런데 마흔 중반에 들어간 사이버 대학 시험에서 몇 번 100점을 받았다. 한 번 받고 나니 몰랐던 맛을 알았다고 할까.

100점이 목표가 되니 공부의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중요해지고 배움의 기쁨보다 부담만 커져갔다. 알 수 없는 건 그걸 알면서도 100점을 욕망하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미 100점이라는 말에 울컥 눈물이 쏟아지려 했던 것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100점을 욕망하는 마음을 더 들여다 보아야 했다. 읽기 중독과 더불어서.

반장도 하고 한문도 잘 읽던 사촌동생을 만나면 한 없이 작아지던 나를. 성적표까지 꺼내어 자랑하시는 큰 어머니 앞에서 할 말 없어 하시는 부모님 뒤에서 느끼던 죄책감이 무식한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 지적했고 나는 받아들였다.

무식을 채우려 읽고 부끄러움을 잊으려 100점을 열망했다. 이미 100점이었다는 말을 듣고 알았다. 무식은 유식으로 채워지지 않고 사랑으로 채워진다. 너는 이미 100점이라는 말이 깨진 마음를 막고 사랑을 채운다.








'사려 깊은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읽기 중독  (0) 2021.12.02
중년  (0) 2021.11.26
나는 그 모두다.  (0) 2021.11.21
분홍 욕구  (1) 2021.10.30
애초에 왜 나는 노트를 쓰는 걸까?  (1) 2021.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