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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 깊은 수다

분홍 욕구


막내 사진은 온통 분홍분홍이다. 물려받아 입힌 옷들도 분홍들이고 선물받은 옷도 분홍이 넘친다. 딸이 그렇게 분홍분홍 하더니 7살 넘어 분홍을 싫어하더라며 어렸을 때 하나라도 더 입힐 걸 하며 아쉬워 하는 소리도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부지런히도 입혔던가?



중2때 똑단발에 분홍 잠바를 입고 사진을 찍었다. 가무잡잡한 피부에는 피해야 할 색깔중 하나가 분홍이다. 그래서였을 수도 있고 남동생이 물려 입어야 해서였을 수도 있지만 어릴때는 분홍이 많지 않았던 거 같고 오히려 커서 분홍과 하양 줄무늬 남방을 사입기도 하고 결혼 선물로 받은 분홍티도 떨어질때까지 잘 입었다.


'욕구'라는 단어 자체가 불편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더 바라지 말아야 한다는 건 목사님 설교뿐이 아닌 부모님의 삶으로 내게 각인된 메세지이다. 생신 선물을 하려 해도 필요한 게 없다는 말, 옷이 너무 많아 다 입지도 못한다는 말을 듣는다. 정말 그렇냐 하면 집에서 엄마 옷은 두 팔도 아닌 한 팔 벌린 정도의 옷장을 겨우 채울 정도이다. 그나마도 엄마가 30년 전에 사서 입던 그래도 혹시나 입을까 싶어 가지고 계신 옷들을 포함해서이다.


나의 분홍욕구는 딸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일것이다. 회색 딸, 검정색 딸, 남색 딸 말고 분홍색 딸로 말이다. 엄마의 분홍욕구를 힘들어하는 딸을 본 적이 있다. 그래도 나는 딸이 분홍욕구를 채워가는 걸 보며 엄마도 더 늦지 않게 분홍에도 한 번 도전해 보셨으면 하는 마음도 살짝든다.


내 카톡은 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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