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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 깊은 수다

정말이야!!!



"나도 그런 얘기 들어본 거 같은데. 그래도 너가 한 번 찾아봐. 그래야 확실하지"

때로는 아주 정확히 알고 있었어도 누군가 두 번 이상 "정말이야?" 하고 묻는 다면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진다. 그 물음이 의심이 아니라 놀람이거나 기쁨이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저런 말을 남겨줘야 마음이 편해진다. 간혹 어떤 정보를 주고 나서 그게 정말 그랬는지 찾아보고 틀렸으면 다시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저 위에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엄마가 나에게 한 말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하더라며 신나게 얘기했더니 엄마가 말했다.

저 말이 기억에 남아 글을 쓰게 되는 이유를 적어보자면,

깜짝 놀랐다. 나는 말투도 엄마랑 닮았구나. 그럼 그것이 나인가? 엄마의 영향인가? 아빠와 엄마 이제는 남편까지 그 모두와 함께 내가 되어져 가는 것인가?

나를 보게 된 것이다. 가끔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라며 100배 의아했는데 본능적으로 안전을 중요시하다 보니 거리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갑자기 '안전'이? 잘못된 정보를 주었다가 상대로부터 "그거 아니라던데.."하는 핀잔을 듣거나 심한 경우 "니 말 믿고 그렇게 했다가..." 책망을 들을 모든 상황에서 나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것이다.

이십년도 넘은 그 기억이 최근까지도 괴로웠던 것은 그렇게 조심하고 조심했는데도 심지어 내가 한 적이 없는 말로 심한 추궁을 당한 그 상황이 깨닫게 한 불안이었던것 같다. 결국 나의 노력에도 '안전'이 늘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 번 있었던 일이 나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이 참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랴. 내가 나와 함께 해야지. 그리고 언젠가 이런 대화가 가능해지기를 바라며..

"정말이야??"
".(내가 아는 상황과 정보안에서는, 그리고 이렇게 대답하는 게 몹시 불안하지만)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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