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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 깊은 수다

나는 느린 아이다.


엄마 친구분들이 모이면 엄마에게 자주 하시던 말이있다. " 아휴..그 집 딸은 왜 그렇게 느려. 내가 저번에 전화하는데 여보세요 끝나기 기다리다 숨 넘어가는 줄 알았네.."

아버지 돌 굴러가유의 동네가 아빠의 고향이다. 태어나지도 않았고 일년에 몇 번 밖에 가지도 않던 아버지 고향의 영향을 그렇게 받고 있나보다.

갑작스런 상황에서 나는 느려진다. 몸은 움직이고 있더라도 머리는 생각을 하더라도 마음은 느려진다. 모든 상황이 지나가고도 쉬이 떠나보내지 못하고 곱씹고 또 생각한다.

어제는 병원에 가기도 쉽지 않은 지방에 계신 선생님 부부께서 코로나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회복중이시라고 자세한 소식을 직접 전해 들었지만 놀람에 마음이 느려져 버렸다.

무어라 대답을 했어야하는 카톡에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정신이 좀 들었다. 다시 연결되어져야 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우리가 취약한지 또는 취약할지 여부가 아니라, 우리가 선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어떻게 그리고 언제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취약성에 참여하는지다.'- p181 수치심, 커트 톰슨, IVP


따로 대답을 하지 않더라도 관계가 어려워질 상황은 아니었지만 늦었어도 나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느리다는 것을 숨기고 싶다. 무능한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 같다. 비난을 받아도 의심을 받아도 느려터져서 제대로 나를 변호하지 못하는 내가 답답하다."아직도 그 얘기야? " 빨리 빠져나오지도 못하는 내가 듣는 이야기다.

취약한 존재로 태어났으나 나를 찾아오신 이의 손을 잡고 너 참 별 볼 일 없다는 수치심의 목소리를 통과해 너도 나도 우리를 지으신 아버지 앞에 참 소중하다며 손을 내미는 길에 서겠다. 나는 느리지만 언젠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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