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려 깊은 수다

(18)
나도 마찬가지야. 남사친에서 남친이 되던 날엔 서로의 오해가 있었지만 둘 다 싫지 않았던지 우리는 다음 날 만나기로 했다. 덕수궁 까지 가서야 들은 말은 첫 연애가 시작되나 하는 설레임에 찬물을 끼얹는 말이었다. "나는 사실 결혼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야."내 대답은 "나도 마찬가지야.." 였다. 우리의 연애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도 마찬가지 였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겁이 많은 나는 아이를 낳는 고통을 감당할 능력이 내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엄마처럼 고생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24시간을 아빠와 교대로 일하시고 아빠가 신문보며 쉬는 시간에도 밥하고 청소하고 세탁기를 돌리셨다. 열 살 부터 외할머니를 도와 아궁이에 불 피워 밥하고 동생들 돌보느라 힘들었던 엄마는 딸에게 집안일을 시키지 않는 것을 인생의 원칙으로 ..
사려 깊은 수다 자기를 아파하는 그에게 아니라고..그렇지 않다고.. 당신은 너무나 빛나고..예쁘기는 물론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말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얼마만큼 가서 닿을지 알 수 없어도 힘주어 한 글자 한 글자 말해주고 싶었다. 그 마음이 넘치려는 순간..그 마음 그대로 나에게 말해주라는 인도를 받았다. 이 마음? 이 충만한 마음? 이렇게 사랑으로 넘치는 말을? 이렇게 따뜻한 말을? 당황스러웠다. 다른 사람에게 가야 할 것을 나에게 가져오라는 갑작스런 요청에 멍해졌다. 좋은 선물을 받으면 포장을 뜯는 순간 박스에 붙은 테잎을 떼고 그 안에 선물을 꺼내들어 지문을 남기게 되는 순간까지 고민하게 된다. 두었다가 꼭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주라고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이상한 목소리가 내 안에 울린다. 나에게 연결된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