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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슬픈 사랑은 여기까지.

마흔에 낳은 셋째딸은 사랑, 그 자체이다.
볼을 부비면 나는 침냄새는 세상 그 어떤 향수보다 향기롭고, 깔깔대는 웃음소리는 세상 모든 행복을 내게로 가져다준다. 끌어안고 콧등을 서로 비비며 웃으면 나는 벅차오른다.
그 행복한 순간에 나는 눈물이 툭 떨어질것 같은 슬픔에 당황한다.
정말 울기도 했었다.

몇번 그런 감정에 놀라 생각해보았다.
왜 슬픈 것인가.

큰 아이는 11년 작은 아이는 7년 더 일찍 내게 왔다.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은 그 보다 짧다.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것 때문이었다.

세상의 무서운 기사들을 접할 때.
여전히 여성들에겐 공평지 않은 사회를 만날때.
희생을 당연히 요구받는 여성들의 외침을 들을 때.
나는 너무 두렵고 너무 미안하다.
엄마로써. 여자로써.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늦된 28개월 딸을 안고,
너무 소중하고 행복해서 눈물이 나던 날 그렇게 말했다.
"미안해. 엄마가 너무 미안해.."
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엄마의 눈물, 엄마의 걱정이
큰 슬픔으로 옥죄는 두려움이 되어 작은 아이를 울렸다.

문득 전에 있던 일이 기억났다.
공부하고 있던 큰 아이 옆에서 말씀을 읽다가 감사한 마음이 벅차 눈물을 흘린적이 있다.
큰 아이가 놀라 "엄마. 왜 울어? 괜찮아.." 물었다.
아이는 불안해했다.
"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났어."
" 엄마. 그래도 울지마."
몇 주가 지난 뒤에 큰 아이가 말했다.
" 엄마. 그 때 엄마가 울어서 너무 기분이 이상했어. 엄마가 슬퍼서 운 거 아닌 거 아는데 그래도 너무 이상했어. "

너무 사랑해서
너무 소중해서
나보다 소중해서
그런데 나는 약해서
그래서 눈물이 나고 그래서 한숨이 났다.
하지만 그 것. 아이들이 원하는 사랑이 아니다.
아이들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받게 해 줘야한다.
그걸 알게 되었다.
소중한 언니의 고백을 통해서..



생긴대로 흘러가게 두었으면 눈물 어린 찬송, 걱정 담긴 기도는 바로 내것이었다.
흐릿하게 다른 길이 보인다.
그래서 일단 쓴다.
쓰다보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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