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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아들아


아들은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안에 있다. 떠나기 전에 마음이 좀 그랬다. 지인에게 “아들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잠 못 잘 거 같아” 라고 하기도 했다. 전에는 그랬다. 남편이 혼자 어디를 가거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디를 가고 나면 멍하고 느려졌었다. 내가 걱정하지 않고 방심하는 순간 무슨 일이 생길거 같아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썼다. 안 좋은 방향으로.

내가 집을 떠나게 될 때는 혼자 떠난 나를 걱정했냐면 그렇지 않다. 남겨진 아이들을 걱정했다. 집을 떠나 일어날 일이 걱정인 게 아니라 내가 함께 있지 않다는 게 걱정이었던 거 같다.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내가 함께면 안전하고 나와 떨어지면 큰 일이 날까. 함께일 때, 같이 있을 때 해주어야 할 일, 나를 떠나서도 잘 지낼 수 있게 준비시켜 주는 일을 최선으로 하고 자유롭게 보내주고 싶다.

내가 정말 가고 싶은 곳을 향해 즐겁게 여행 중일 때 누가 나에게 일어날 안 좋은 일을 예상하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별로일 거 같았다. 그 때부터 였던 거 같다. 그러지 않는 편을 선택하기로 한 것은. 그 연습이된 걸까? 아니. 내가 나를 그 때보다 좀 더 알게 되어서이다. 나를 알고 걱정이라는 짐을 내려놓는 게 덜 불안해져서이다. 나의 걱정, 염려가 그리 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려서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걱정이 손을 내밀 수도 있다. 내 손 잡으면 미리 준비할 수 있을거야. 아들에게 이런거 조심하라고 말해야지. 그래서 아무 일 없게 해줘야지. 경고해 주어야지. 위험에서 건져 주어야지. 그 손을 잡을 때마다 나는 아들에게 이런 메세지를 보내게 된다. 세상은 위험해. 날개를 떼어 고이 접어 배낭에 넣으렴. 아무도 니가 정말 누구인지 몰라야해. 그리고 실은 너는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지 않아. 조심해…나는 그러지 않는 편을 선택하겠다.

니가 잘 해낼거라고 믿어. 너는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강한 사람이야. 누가 이렇게 말해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의 지혜로움과 선함과 멋짐을 만나고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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