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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엄마 화났어?


방에 있는 아들에게 아빠 지금 나가시니까 같이 갈거면 가라고 거실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남편이 아들 방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엄마 화 안났는데?" 무슨 소리인가 돌아보니 남편이 아들이 엄마가 화난 거 아니냐고 물었단다.

갑자기? 맥락도 없이? 의아하게 쳐다보니 아들은 왜 엄마한테 말했냐며 아빠한테 뭐라 한다. 그러더니 자기는 조금이라도 큰 소리나 퉁명스러운 말투에 마음이 어렵다고 했다.

화 안났다고 몇 번를 확인시키고 남편과 아들은 외출을 했다. 맥락도 없이 화내는 엄마였나? 생각하니 억울하다. 사춘기 들어선 아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산다고 혼자 삼킨 감정들이 한 보따리인데 말이다.

아이의 모든 문제는 엄마를 향한 화살표가 된다. 덩치가 아빠만한 아이가 말소리 하나에 예민하다니. 곱씹다 보면 작은 아이일때 친구 공책 보고 문제 푼 거 걸린 날, 기브스 풀고 학교 갔다 돌아온 날 소리 질렀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아이는 이런 아이이고 나는 그런 엄마 였다. 이렇게 되어 버린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아이의 여린 심성이 마음 아프다. 상냥하게 말하지 못하는 나를 돌아본다. 아들이 원하는 게 그거라면 승무원들처럼 연습을 해야지. '솔' 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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