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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낼 수 없는 편지

순아

순아. 이름만 남겨 놓고 떠난 순이. 
너의 이름을 부르면 나는 언제든 얼마든 울 수가 있어졌단다.
너를 닮은 사람이 니가 있던 곳에서 부르는 찬양을 듣는 오늘 드디어 써내려갈 용기가 생겼어.
 
너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일년이 넘었지만 너에 대해 아는 것이 이름뿐일 정도여서.
너는 그냥 보기만 해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어. 
정말 착한 사람. 순박하고 조용하고 말이 없고 맡은 일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해 내는 사람.
그런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건 다 내 탓이야. 
이미 나 먼저 계셨던 두 분의 리더십. 그리고 그 분들께 깊이 연결되어 있어 보였던 너.
안정적이고 충분해 보였던 관계 속에 삐집고 들어갈 마음도 먹지 않았어.
그리고 언제나 조용하게 웃는 너에게 나도 그냥 조용히 웃기만 했어.
너에게 더 물을 껄. 너를 알려고 할 껄.
그렇게 니 옆에 더 가까이 있어서 너의 어려운 그 시간에 너의 이야기라도 들어줄 수 있었다면.
나는 지금과는 다른 눈물을 흘릴 수 있지 않을까. 
이건 오로지 나의 후회이고 자책이야.
 
나는 이미 니가 떠난 후에 너의 소식을 들었단다.
아픈 몸으로도 아이 곁을 떠나지 못했던 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
두 아이를 두고 죽음을 마주했던 나는 너의 마지막에는 평안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
죽음에 이르르던 너의 시간에 그걸 몰랐던 것이
그만큼 너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
너무 미안하고 미안하다.
 
순아. 
엄마 없는 곳에서 얼마나 외로웠니.
친구 없는 곳에서 얼마나 힘들었니.
나처럼 살았던 너의 삶이라 더 아픈 내 마음인지 모르겠어.
 
순아. 
내가 여기서 너를 기억할께.
다가가지 못했지만 그래서 너를 많이 알지 못하지만
너를 참 좋아했다는 거.
이 말이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어.
이 말이 너무 하고 싶어서. 
이 말을 꼭 해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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