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허리가 좌우로 움직여 번뜩 잠에서 깼다. 일어나 앉았는데도 잠자리가, 방이, 집이 좌우로 흔들흔들 한다. 남편도 벌떡 일어나고 옆에 자고 있던 막내를 안고 휘청휘청 마루로 나왔다. "나가야 되는 거 아냐?" " 멈추는 거 같아." 하는 중 다행히 멈췄다. 여진이 오려나, 애들을 깨워 데리고 나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아무일 없었다.
![](https://blog.kakaocdn.net/dn/do0SCW/btqI9G5mxE8/YHm0bdE2UOvX4Ke0O9ETP0/img.jpg)
오랫만이었다. 밖으로 나가야 하나 고민했던 것은. 역시 6.0 이었다. 5.0쯤은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는다. "왔지?" "어. 온거 같아." 정도로 마무리 된다.
지진을 맞으면 몸이 지진계가 된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대충 몇 정도인지 알게 된다. 오랫만에 만난 느낌은 '나 여기 있어' '어. 맞어. 너 거기 있지' 딱 이정도이다. 지금은.
근데 막상 흔들리는 동안에는 어떠했냐. 등허리가 흔들리자마자 먼저 안경을 썼고 막내를 들쳐 안았다. 난 바로 안았다고 생각했는데 마루에 나와보니 등을 안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오는 동안 애가 뻣뻣한 거였다. 그리고 계속 말했다. "나가야 되는 거 아냐? "
휴대폰, 지갑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딱 안경과 애들 생각밖에 못했다. 이 정도면 엄청 정신없는게 맞다. 밤에 자다가 당하는 일에 사람들이 정신없이 헤매는 게 이렇게 당연한데도 겪어보지 않으면 쉰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혹시 그런 쉰소리를 한 적은 없는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어도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오랫만에 6.0이 건네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