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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이야 6.0




등허리가 좌우로 움직여 번뜩 잠에서 깼다. 일어나 앉았는데도 잠자리가, 방이, 집이 좌우로 흔들흔들 한다. 남편도 벌떡 일어나고 옆에 자고 있던 막내를 안고 휘청휘청 마루로 나왔다. "나가야 되는 거 아냐?" " 멈추는 거 같아." 하는 중 다행히 멈췄다. 여진이 오려나, 애들을 깨워 데리고 나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아무일 없었다.



오랫만이었다. 밖으로 나가야 하나 고민했던 것은. 역시 6.0 이었다. 5.0쯤은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는다. "왔지?" "어. 온거 같아." 정도로 마무리 된다.




지진을 맞으면 몸이 지진계가 된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대충 몇 정도인지 알게 된다. 오랫만에 만난 느낌은 '나 여기 있어' '어. 맞어. 너 거기 있지' 딱 이정도이다. 지금은.



근데 막상 흔들리는 동안에는 어떠했냐. 등허리가 흔들리자마자 먼저 안경을 썼고 막내를 들쳐 안았다. 난 바로 안았다고 생각했는데 마루에 나와보니 등을 안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오는 동안 애가 뻣뻣한 거였다. 그리고 계속 말했다. "나가야 되는 거 아냐? "


휴대폰, 지갑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딱 안경과 애들 생각밖에 못했다. 이 정도면 엄청 정신없는게 맞다. 밤에 자다가 당하는 일에 사람들이 정신없이 헤매는 게 이렇게 당연한데도 겪어보지 않으면 쉰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혹시 그런 쉰소리를 한 적은 없는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어도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오랫만에 6.0이 건네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