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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쓸 수 있을까.




한국갈 때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아이들 충치치료다. 워낙 겁이 많은 아이라 소리도 많이 지르고 발버둥도 많이 친다. 할인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간 터라 안그래도 맘이 그런데 아이는 마음껏 소리를 지른다. 달래고 달래며 진료를 받고 있는 중 돌아볼 수 밖에 없는 정도의 담배냄새와 함께 희뿌옇고 푸른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가 들어오신다. 치통을 제공했던 어금니를 뽑고 나가시려는 아저씨에게 간호사가 임플란트하시려면 언제까지는 오셔야 한다고 친절히 안내를 드린다. 아저씨는 빤히 간호사를 쳐다보다 천장을 향해 "하.." 를 남기고 나가셨다. 아저씨의 옷차림에 관계없이 다음 치료를 안내한 간호사는 대견하다. 겪어보니 차림이 초라하다해서 치료방법도 이야기 해주지 않는게 더 무서운거다. 그래서 아저씨의 "하.."는 천장을 향하는 게 맞다. 천장을 마주치고 아저씨의 어깨에 내리앉는 그 걸 나는 뭐라고 써야 할까.   



의식을 잃을 정도로 머리가 아파도 병원을 안가겠다는 안띠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친구가 기도를 부탁한다. 부부가 주머니를 다 털어도 2500루피밖에 없으니 병원을 가도 보증금을 내고 입원을 할 수가 없는 걸 아는 안띠의 체념이다.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친구가 설득하고 돈을 보태 병원에 입원 하셨다. 너무 고맙다고 절대 잊지 않겠다는 안띠는 혈압이 200이었단다. 이틀 지나 퇴원했는데 머리가 계속 아프셔서 병원에 가서 CT를 찍게 해드렸다는데 뇌에 35밀리 정도 피가 고였다고 한단다. 락다운이라 택시든 뭐든 다닐 수 없고 엠뷸런스로 큰 병원으로 가고 있는 안띠의 마음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나는 쓸 수 있을까. 


수술만은 안하게 기도해주세요. 라는 부탁에 기도하며 글을 쓴다. 문을 열고 나가시던 아저씨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안띠에게는 기도와 함께 마음을 보탤 수 있으니 마음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을까. 


이 나이가 들었어도 대답보다 질문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