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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정 국문과.

였던 나였다. 학창시절 내내 문학소녀라는 별명을 들었고, 읽고 쓰는 것에서만 두각을 드러내었다. 큰 상을 탄 적은 없지만 졸업할 때는 학급문고에 글을 올리곤 했다. 거의 만점에 가까운 언어영역 점수와 논술이 아니었으면 대학을 갈 수나 있었을까 싶다. 그런 내가 경영학과를 갔다. 구더기가 무서워서. 여기서 구더기는 한문. 잘 알아보지도 않고 국문과는 한문을 많이 쓸 것 같다 지레 겁먹구 학창 시절 내내 아무리 아무리 외워도 외워지지 않던 한문을 피해 경영학과를 갔다. 

 

그리고 또 한 번 대학 졸업 즈음에 심각하게 대학원에 갈 준비를 했었다. 그 때도 한 번 국문과관련 학과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진로고민으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심리 상담을 받았는데 그 결과가 이러했다. 나 한사람을 놓고 보면 나머지 다른 모든 능력보다는 언어실력이 뛰어나다는 것. 그러나 다른 비교군과 대조해보자면 (나에게는 제일 뛰어난) 그 재능이 평균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견이었다. 상담사 선생님께 그 말을 듣고 나오는데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기분이었다. 남겨둘 걸.. 그래도 나는 언어에 재능이 남 다를 수도 있다고 믿고 살 걸... 나의 최대치가 겨우 평균에 밖에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렇게 허탈할 수 없었다. 하긴 학창 시절 글쓰기와 관련해 받은 상이 동시부분 은상 정도밖에 못 탄 걸 보면 그 검사의 정확도를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하튼 그나마의 재능도 그렇게 묻어버렸다. 그리고는 일기나 쓰는 정도의 글쓰기만 유지했다. 제목은 심히 거슬리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은 책을 읽었다. 같은 노력을 들이더라도 오랜 기간동안 학습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간격이론' 에 대해 보았다. 오랜 기간 한 분야에 집중하면 적어도 평균은 이겨낼 수 있다는 격려에 힘을 내 본다. 글을 쓰려면 많은 다짐과 여러 장애물을 넘어야 노트북앞에 앉을 수 있는 내 상황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가지만 끝까지 가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