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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낮아지는 순간

필요한 수첩이 보이지를 않는다. 거기 써둔 메모를 꼭 보아야 하는데 말이다. 자주 쓰는 수첩은 아니어도 늘 두던 곳을 아무리 뒤져봐도 보이지를 않는다. 그 다음 있을 곳을 찾아보아도 또 다른 곳을 찾아보다도 찾을 수가 없다. 온 집을 헤매고 다니다 보니 땀도 나고 짜증도 솟아 올라온다. 누가 만진 것은 아니다. 만질 물건이 아니기에. 분명히 어딘가에서 그 수첩을 본 기억 쪼가리가 남아 있는데도 찾을 수가 없다. 

 

 

며칠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잘 놓아 두었다고 생각한 사진이 보이지를 않았다. 숙제 하느라 필요하다고 찾아달라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찾고 찾으면 언젠가 어디선가 나오기는 하지만. 찾는 과정에서 특별히 나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난다. 그래서 막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그러니까 잘 놓아 둔다고 생각하지마.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도 못하면서. 그냥 잘 보이는데 두지. 정리 좀 해 놓지. 매번 이게 뭐냐.' 이렇게 궁시렁 거리다 보면 실망감이 올라온다. 

 

 

미니멀리즘에 대한 관심은 오래되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친구를 보며 참 부럽다. 그런데 내 삶은 복잡한 물건들에 둘러쌓여 있다. 성격도 그렇고, 아이가 셋이라, 한국에 살지 않으니 언제라도 필요한 한국 물건을 버리기도 어렵다고 이유를 댄다면야 할 수 있겠지만 이 상황들이 나의 자존감을 낮추고 반복적으로 분노를 느끼에 된다면 이젠 정말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나아가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물건들이 우리 집에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는지, 그렇다면 필요 없는 물건은 아닌지, 조금 더 집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 것이다. 

 

 

정말 이제는 신경질을 내며 물건을 찾으러 다니는 시간에 아이들과 눈 맞추고 웃어주고 글을 더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허비하고 싶지가 않다. 아마도 이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어서가 아닐까 싶다. 수첩도 언제나처럼 찾기는 찾았다. 지난 주에 보겠다고 가방에 넣어 둔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늘 이런 식이지만 이젠 다른 식으로 살아보아도 좋을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