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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글을 쓰지 못하겠는 이유.


도무지 한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써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블로그를 열어봤더니 일주일이나 지나 있었다. 글 쓰는 페이지를 눌렀는데 도대체 뭘 써야 하나. 그래. 글을 쓰지 못하겠는 그 이유를 써보자. 변명이든. 뭐든 간에. 그건 한 바닥이라도 쓰겠다. 는 생각이들어 제목을 적었다.


나와의 약속(글을 한 편이라도 더 써본 내가 되게 해주기 위한)을 지키기 위해 계속 글을 쓸거지만 쓰다가 막힐 때는 왜 내가 글을 쓸 수 없었는지를 적어봐야 겠다. 그렇게 또 다른 카테고리도 만들어 보구.


이 일주일간 글을 쓸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난 3월 24일 부터 시작되어 57일이 넘어가는 코로나 봉쇄상태 때문이다.

코로나 확진자 출처: 구글



일찍 봉쇄령을 내린 덕분에 확진자는 402명 정도 이다. 길어지는 봉쇄령에 지친 사람들이 산책을 시작한 며칠 전 2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분위기는 다시 차갑게 얼어붙어 버렸다. 그리고 이곳의 봉쇄령의 해제 여부는 이웃나라의 상황에 달려있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와 국경의 삼면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인도.

인도 확진자 출처: 구글

이웃나라는 지금 무서운 속도로 상승그래프를 그리며 가파르게 확진자를 더해가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절정에 도달하지 않았다.



많이 힘들겠다 한다면 힘든 건 하나도 없다. 아침 10시전까지 먹고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사러 다닐 수 있다. 그리고도 원한다면 작은 골목길로는 산책도 다닐 수 있다. 오늘 둘째의 생일인데 남편이 생일케잌도 사왔다. 이처럼 힘든 게 없다.







그런데 왜 글을 쓸 수 없는가?
아마도 닥쳐오지 않은 일들에 대한, 어떤 모양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는 미래가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나름대로 현재를 살아내는 근육이 꽤 단련 되어있다고 믿었는데 늘어지는 시간 앞에서 근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현재를 사는 힘 뿐 아니라 실제 다리 근육도 많이 약해진 것 같다.


놀라운 그리고 감사한 것은 아이들은 나보다 잘 이 시간들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인지. 언제 끝나는지. 묻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일부러 이야기를 건다. "엄마는 좀 답답한데 너는 어때?" 아이는 " 응. 나도 좀 답답한데. 근데 그냥 그정도야. 안 답답할 순 없잖아." 한다. "그렇지..맞지.."


이제 글쓰기를 막 시작한 응애하는 아가가 전세계가 예외없이 겪고 있는 불확실함 가운데 글을 써내려 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거라고 변명하고 싶은데 제일 늦게 태어난 막내를 보면 누구보다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글을 못 쓰겠는 이유를 외부로 돌려버리고 싶은데 내 안이 문제다. 이런 글이 있어야 그 다음 글이 있는 건데. 그래서 그 다음 글을 쓰려면 이런 글을 쓰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뛰어넘고 싶으니. 우리 막내가 아무 걱정없이 일상을 살지만 갑자기 덧셈 뺄셈을 해 낼 수는 없는데. 나는 이제 태어났으면서 날아보겠다고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봐서 만족스럽지 않은 글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 같다. 다시 심호흡을 하고 이제는 한 번 뒤집기를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