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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new year & day!!!

우리 집은 큰길에 있어서 창을 열면 길거리 풍경이 다 보이는데 어제저녁 즈음에 봉쇄 시작하고 거의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있는 것을 보았다. 야채를 파는 손수레에 모두 마스크를 하고는 있었지만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식료품 상점들에도 쉴 새 없이 사람이 다녀갔다. 남편에게 “다들 봉쇄가 너무 길어져서 힘든지 많이도 나와다 닌다” 했더니 “ 내일이 새해잖아.” 

 

네팔 새해를 알리는 4월 달력

 

 

 

맞다. 여기는 오늘 2077년 새해를 맞았다. 달력도 숫자도 날짜도 그 고유함을 지키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강력히 깨닫게 되었지만 세상이 정말 하나인 것 같이 느껴지는 이 시대에 또 아주 외 길로만 갈 수는 없으니 둘 다 사용하는 편이다. 그래서 1월1일도 새해로 즐기고 매년 달라지지만 4월 중순의 어느 날도 새해로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지낸다. 심지어 몇 종족은 종족별 새해를 따로 지낸다. 

 

그러고 보니 다 이해가 된다. 며칠 전 부터 사람들이 애들도 데리고 머리에 이고 지고 어디론가 가더니, 염소도 그래서 거기서 울고 있었구나. 새해라 가족들하고 고기를 먹어야 하니까. 그래서 주인아저씨네도 누나네 형님네가 다 와서 미리부터 지내고 있었구나. 워낙 가족애가 끈끈한 사람들이라 코로나가 아무리 무서워도 새해에 가족을 안 보구 지낼 수는 없는 거다. 아직은 확진자가 14명뿐이라서기도 하겠지만. 정부에서는 25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있으니 24명까지만 모이기는 했을 거다. 

 

고깃집 앞에서 울던 염소

 

 

 

이즈음 기독교인들에겐 참 중요한 행사가 있다. 바로 부활절 행진이다. 모든 교회들이 교회에서 새벽에 모여 행진을 시작한다. 각자 쓰고 싶은 글귀들을 써서 팻말을 만들고 찬양을 부르며 집회장소에 모이면 예배를 드린다. 그 날 하루는 기독교인들의 축제이다. 크리스마스도 부활절처럼 지내고 싶은 기독교인들이 열심히 제안했지만 소수종교에 공평하게 하루씩을 인정한다는 이유 때문인지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은 쉬어도 되지만 국가 공휴일은 아니다. 기독교인들에게 단 하루 부활절은 나라에서 인정해주는 날이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 6년 전에는 부활절 예배 실황을 네팔 공영 TV에서 방송하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 초창기 기독교인들이 크리스마스가 아닌 부활절을 기독교 절기로 공표했는지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참 잘한 일이라 생각이든다. 최근 들어서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대형 마트들이 앞 다투어 대형 트리를 설치하고 크리스마스 용품들을 판매하고 세일도 하고 파티도 많이 열린다. 여느 나라의 크리스마스와 같이. 크리스마스가 산타클로스의 선물 나눔으로만 기념되는 것은 심히 아픈 일이지만 이마저도 문화적으로 소외되어있던 기독교인들에게는 심리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일이다.

 

전도가 법으로 금지된 이 나라에서 어느 골목에서나 부활을 선포할 수 있었던 그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고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러나 모일 수 조차 없었던 이번 부활절이었다. 첫번째 부활절을 돌아본다. 제자들은 여자들이 전하는 부활 소식을 믿지 않았다. 예수님의 부재로 인한 큰 상심과 패배감이 그들의 귀를 막고 마음을 짓눌러 서로의 비통함을 위로하며 좁은 다락방에 모여있을 뿐이었다. 한 번의 설교로 3000명을 회심시킨 대범한 베드로를 어디서 찾아볼 수 있었을까. 그 가운데 조용히 예수님이 서셨다. 누군가의 믿음을 동력 삼아 일어날 기적이었다면 아무도(3년이나 동거 동락한 제자들도) 믿지 않았었기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나님께서 찢어버리신 휘장이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과 순종 앞에 무너져 내린 벽이다. 찢어진 휘장을 밟고 무너져내린 벽위에 서서 하나님의 얼굴을 대면하는 것이다. 임마누엘이다. 

 

새해가 밝았듯이 새 날이 밝았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이라도 새해가 주는 힘이 있다. 그 날에만 건넬 수 있는 말이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봉쇄의 오늘이지만 부활이 ‘부활절'을 넘어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니 어제와는 다른 사람으로 지어져 가기를 원한다.